[성서인물열전] 니고데모, "한 밤중에 길을 묻다"
한 밤중에 유대인의 지도자로서 예수님을 몰래 찾아와 길을 물은 이가 있었다. "당신은 하나님께로부터 오신 선생인 줄 아나이다." 니고데모가 말문을 열자 두 사람 사이에 알쏭달쏭한 선문답이 오간다. 예수님은 느닷없이 거듭남을 화두로 삼으신다. "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." 권투의 잽처럼 치고 들어온 예수님의 말씀에 적잖이 당황한 니고데모는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생뚱맞은 질문 하나를 꺼낸다. "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사옵나이까 두 번째 모태에 들어갔다가 날 수 있사옵나이까." 예수께서 가리키시는 손가락의 방향과 니고데모의 손가락이 어긋나는 순간이다. 그렇게 어긋났던 니고데모의 손가락은 서서히 예수님의 손가락의 방향을 찾아가는 흔적을 남긴다. 한밤중 대담 이후 니고데모는 요한복음에만 두 번 더 등장한다. 예수님과 관련하여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 사이에 쟁론이 일어났을 때 니고데모는 숨겨진 제자로서 여전히 망설이면서 등장하여 예수님을 변호한다. 그러다가 예수께서 십자가 처형을 당하신 후 그의 시신을 아리마대 요셉과 함께 거두어 장사지내기 위하여 사람들 앞에 공개적으로 등장한다. 제자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서서히 노출하면서 어두움의 영역에서 빛의 영역으로 이전해 가는 그의 영적 노정(路程)을 그려볼 수 있다. 남의 눈을 의식하여 한밤중에 예수님을 찾아온 니고데모는 그 날 이후 빛 된 진리로 가는 발걸음을 다소 슬로우 모션으로 쉬지 않고 가고 있었던 것이다. 유대인의 지도자로서 자신의 동족들의 거센 요청으로 십자가 처형을 당하신 예수님의 시신을 거두는 자기모순을 니고데모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? 예수님의 외침이 니고데모의 귓전을 때린다. "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." 양수(羊水)가 터지면서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태어나는 생명의 신비와 더불어 성령의 사람으로 태어나는 또 한 번의 생명현상은 신비이다. 땅(흙)에서 태어나서 다시 성령의 사람으로서 위(하늘)로부터 태어나는 것 그것이 거듭난 생명의 신비인 것이다. 그 날 밤 오간 선문답이 이러한 생명 탄생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이 될 줄을 니고데모는 알았을까?